과학적으로 따져보면 고압 파워 라인(고압선, 송전선로)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무시할 정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일뿐이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보증서를 써주는 사람은 없었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공연한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다른 곳보다 애틀랜타 지역에는 송전라인이 특히 많다. 마리에타에 가면 송전라인과 뒤범먹되어 산다고 할만큼 많다.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이 있다.
(도시 생활을 하다보면 고압 파워라인을 피할수가 없다. New York) (Photo by Guillaume)
그런데 이와 관련한 세계 최초의 동물실험을 한국에서 했다고 한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 3년 동안 실험용 쥐 400마리를 대상으로 전자기장의 생체영향을 연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기장과 뇌종양과는 무관하다고 나왔다.
전력설비의 전자기장 때문에 뇌종양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신한 쥐 80마리와 새끼 쥐 320마리 등 실험쥐 400마리를 4개 집단으로 분류한 뒤, 한 그룹은 전자파가 없는 상태에, 나머지 3개 그룹은 각각 50mG(밀리가우스), 833mG, 5천mG 전자파에 매일 21시간씩 266일동안 노출시켰다.
833mG는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수치이고, 5천mG는 일반적인 송전라인에서 발생 가능한 전자파의 260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실험쥐의 뇌와 척수에서 관찰된 신경아교세포의 종양에서 전자파 노출에 따른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고, 사망률, 일반증상, 체중변화, 혈액학적 검사, H-ras 유전자(종양유전자의 일종) 발현량 등에서도 전자계 노출에 따른 그룹간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실험을 한 안전성평가연구소는 WHO의 우수실험실운영제도(GLP, Good Laboratory practice)에 적격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송전라인에서 발생되는 전자계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회전 전자계 발생장치를 개발해 사용했다고 한다.
(애틀랜타의 파워라인) (Photo by Jplenio)
송전라인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암 발병율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는 있었다. 그러나 직접 동물실험으로 데이터를 추출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접근할 경우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이 통계의 함정이다.
예를들면,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커피를 많이 마시더라는 통계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해서 "커피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높아진다"라는 결론을 내리면 안된다. 커피를 마셔서 스트레스가 높아진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높다보니 커피를 더 마신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계 만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른 예로, 비오는 날보다 맑은 날 교통사고가 더 발생하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일년 내내 맑고, 비오는 날은 몇일 안되는 지역인데, 단순히 사고발생 건수만 집계하면 이런 통계 오류가 발생한다.
호주 연구진이 송전라인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발암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발표한적이 있다. 하지만 발암율이 높은 것이 송전라인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 때문인지, 아니면 그 주변의 집값이 낮아져서 발암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모여들어서 그렇게 되었는지 등등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볼때, 이러한 동물실험이 의미가 있다. 전자기장을 제외한 다른 환경을 동일하게 했을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실험결과에도 약점은 있다. 동물실험 결과가 인체실험 결과와 동일하다고 볼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기장이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동물과 인간이 다를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 실험결과는 신뢰할만하다고 볼수 있다.
(전자기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먼곳에 있는 고압라인보다 가까이 있는 저압라인의 영향이 더 크다) (Photo by Kelley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