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이란 원래는 스스로 알아서 내고, 주면 받고, 감사하면 더 내고, 불편하면 덜 내고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업종에 따라서는 사실상 의무가 되어 버렸다.
간혹 "팁은 현금으로", "팁은 카드로도 가능", "팁을 꼭 내세요", "가격에 팁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체 손님은 팁 18% 포함" ... 이런 문구들도 보인다.
한번은 비싸지 않은 유명 레스토랑에 갔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괜찮고, 웨이터의 서비스도 좋았다. 음식 값을 현금으로 냈지만 영수증이 필요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웨이터가 잔돈을 가지고 와서 얼른 넘겨주지 않고 맞게 거슬러 왔는지 한장한장 셌다. One, Two, Three, Four, Five, ... Correct ! 그리고는 돈을 안놓고 움겨쥐고 있었다. 어차피 잔돈은 팁으로 줄 계획이었고, 영수증만 챙겨 나올 생각이었지만 불쾌한 행동임에는 분명했다.
웨이터가 왜 저런 상식밖의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팁을 안주고 그냥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나는 그 동안 팁을 안준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웨이터가 개개인 고객들의 성향을 알수는 없을 것이다. 팁을 못 받은 경우가 많았겠지.
스몰 비지니스를 하는 오너분은 한결같은 "코리언 분들이 팁을 잘 안낸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안주고, 미용실에서도 안주고, 택시타고도 안주고, 배달왔는데 집안으로 물건 들여달라 부탁하고도 안주고...
지금 현재 미국 서비스 업종의 운영 방식으로는 팁이 있어야 운영된다. 언제는 내고, 언제는 안내고, 따지지 말고, 몸써서 서비스 하는 업종에서는 예외없이 팁을 내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편이 차라리 속편하다.
팁 문화가 잘못된 문화이고 없어져야 할 악습인 것은 분명하다. 어디 미국에 악습이 이것 하나 뿐이랴. 하지만 악습이더라도 현재로써는 팁을 감안하여 가격과 급여를 책정해 놨기 때문에 팁을 안주면 운영이 안된다. 팁이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의 의무가 된 셈이다. 물론 불친절에 대해 항의하고 싶다면 당연히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는 것이 의무이다.
미국 사회에서 팁이라는 악습을 없애고 싶다면, 나 혼자 해서는 안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서비스 요금을 일괄적으로 15% 인상하고, 팁을 안주기로 단체로 합의하면 된다. 예를들면, 우버 승차공유가 그렇다. 요금을 더 받고 팁을 안받는다 (향후 달라질수는 있으나,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그렇다). 팁 때문에 서로 눈치보고 신경쓰는 불편함이 21세기 서비스에서는 사라진 것이다. 앞으로 자율주행 택시가 나와서 운전자가 사라지면 택시에서 팁이란 것은 아예 없어질 것이다.
팁은 과거 노예제도와 자본주의가 잘못 결합되어 생겨난 괴물이다. 유럽에서는 팁 제도가 대부분 없어지고 있고, 이제는 전 세계에서 팁이 사실상 의무인 국가는 오직 미국 뿐이다. 미국에서도 앞서가는 분야에서는 팁을 안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곳은 이미 가격을 그 만큼 올렸으므로 안줘도 되지만, 아직까지 인상하지 않은 곳에서 서비스를 받을때는 팁을 줘야 운영되는 구조다.
(Photo by Thinkingman)
팁을 줘야 하는 경우
팁을 얼마나 줘야할지 모르겠다면, 아래 예를 참고해보자. 참고로, 팁을 계산할때는 "세전 금액"(세금이 더해지기 이전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 레스토랑에서는 음식 값의 15% 이다. 20%를 주기도 하지만 고민할 것 없다. 음식 값이 원래 받아야 할 가격보다 15% 싸게 매겨져 있으니까 그 만큼 더 준다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누가 서비스 하냐도 따질 필요 없다. 주인이 하건 종업원이 하건 무조건 15% 이상이다. 주인이 하면 안내고 종업원이 하면 내고, 힘들게 따질 필요가 없다. 서비스가 나빠서 기분이 상했다면 10%를 줄수도 있을 것이다. 역으로, 손님이 팁을 10%만 주면, 저 손님이 지금 매우 화가나 있구나로 받아들일 것이다.
- 미용실 이발소 등등 처럼 재료비는 거의 없고 서비스가 부가가치의 전부인 경우는 20%가 기본이다 (물론 재료비가 많이 포함된 것을 한다면 노동력을 고려하여 계산할 수 있다). 전화를 걸어 커트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보고, "$25"라고 하면, 아하 $30 이구나. 이렇게 알아들으면 된다. 커트가 $25인데 팁을 포함하여 $30를 낸다고 생각하지 말고, 원래 $30였는데 $25만 청구 받았으니 나머지 $5를 다시 붙여서 원래 내야했던 $30를 낸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또한 기본 서비스 이외에 무료로 추가 서비스를 받았다면 기본 팁 이외에 더 내는 것이 좋다.
- 배달왔을때 무거운 물건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것에 대해서는 $2~$10 정도, 혹은 노동의 강도에 따라 더 준다. 냉장고가 배달되면, 원래는 거라지 앞에 놓고가는 것으로 요금을 책정한 경우가 많다. 키친 안에까지 들여달라고 부탁하면 팁을 줘야 한다. 더구나 기존 냉장고를 거라지로 빼내기까지 해야한다면... 물론 배달 비용에 기본설치비까지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팁을 약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료 설치, 무료 수거, 이런 경우에도 팁을 줘야 한다.
- "회사" 택시를 타면 팁을 20~25%정도 꼭 줘야한다. 운전자 본인 소유의 택시라면 달리 생각해볼수는 있다. 단, 요즘 우버나 리프트 같은 것은 팁이 요금에 미리 포함되어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 되므로 별도로 주지 않는다. 물론 운전 이외에 별도로 고맙게 해준일이 있다면 요금에 기본 포함된 팁 이외에 더 준다고해서 안되는 것은 아니다.
- 아마존 프레시 등의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팁은 $5 정도, 혹은 물건값의 5% 정도 주는 것이 보통이다. 팁은 배달원에게 직접 주지 않고 앱으로 낸다. 배달이 끝난 후 지불했던 금액을 나중에 정정할수도 있다. 배달된 물품이 파손되었거나, 잘못 배달왔거나, 취급부주의거나 등등의 이유가 있을수 있다. 온라인 배달원들이 기본급을 받고는 있지만 팁이 있어야 수익을 낼수 있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잘못 (물건 파손, 분실, 배달미스 등)이 없는 한 주는 것이 관례다. 인스타카트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물건값에 이미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물품 가격이 마트에서 실제로 파는 것보다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음) 얼마를 줘야할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 호텔 발렛파킹의 경우, 중간레벨 호텔이라면 $2 ~ $5가 보편적이라고 한다. 차를 맡길때 차키를 넘겨주면서 팁을 건네주고, 차를 가져오면 차키를 받으면서 팁을 주고, 2번 각각 따로 줘야 한다. Free Valet Parking인 경우에도 사람에게 차를 맡긴다면 팁을 줘야 한다. 비싼차를 탄다면 기준보다 더 줘야한다고도 하는데 이건 정해진 관례는 없는 것 같다.
- 호텔 숙박시, 팁은 매일 놔두는 것이 기본이다. 모았다가 한번에 지불하면 안된다. 매일 다른 하우스키핑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액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3 ~ $5 정도가 보편적인 것 같다. 물론 치워야 할 것이 많거나, 추가적으로 해야할 일을 만들어 놨다면 더 줘야 할 것이다.
(호텔에서 숙박할때, 하우스키핑을 위해 팁을 매일 놔두는 것이 기본 예의다. Photo by EnginAkyurt)
팁을 안주는 경우
셀프서비스 레스토랑이나 셀프서비스 커피샵 같은 곳은 팁을 주지 않는다. 음식을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한 후, 음식이 나오면 셀프로 가져오고, 먹은 그릇은 테이블에 그대로 놓고 나오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팁을 놓고가는 사람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팁을 주지 않는다. 그릇을 수거해가는 직원이 하는일이 많지 않고, 월급을 받고 일하기 때문이다.
관공서 같은 곳에 가서 업무를 볼때 공무원들에게는 단 1센트의 팁도 주면 절대 안된다. 뇌물이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팁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계약직원이 대행하는 것은 팁을 줘야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면, 발렛파킹을 이용했다면 무료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팁을 줘야 한다.
컨트랙터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사를 맡길 경우에는 팁을 주지 않는다. 물론 원래 계약한 것보다 일을 더하거나 더 신경써서 잘해주거나 하면 감사의 뜻으로 비용을 더 보전해 주기도 하지만 팁 개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끝나고 돌아가는 컨트랙터에게 원래 계약된 일과는 다른 일을 부탁한다면, 팁을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팁을 주기 싫다면
팁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바라는 분들이 많다. 옳다.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하지만, 팁이 없어지면 서비스 요금을 그 만큼 더 올려야 한다. 기본요금을 올리고 팁을 안내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싸게하고 팁을 더 얹어 주는 것이 나을지... 전체 미국인들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나 혼자해서는 될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기존 룰대로 해줘야 한다.
팁 제도를 오용하는 곳
뉴욕에서 시작된 것 같은데 커피샵 같은데서 종종 볼수 있다. 카운터로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크레딧 카드를 내면, 아이패드 같은 화면에 커피 가격 $4.00를 보여주면서 사인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사인을 하려면 팁을 선택해야만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도록 되어 있다. $2, $3, $5, ... $0. 물론 $0를 선택할수도 있기는 하지만, 본래의 팁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서비스를 받기도 전에, 그리고 받을 서비스도 없는 상태에서, 팁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버티스터에게 팁을 준다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버티스터는 시간급으로 받아가기 때문에 팁이 수입원이 아니다. 그 곳에 있는 누구를 좋아한다면 개인적으로 팁을 줄수는 있다. 미국 토박이들에게 물어봤을때도, 일반 커피숍에서는 팁을 내지 않지만, 단골집의 누군가가 나에게 특별히 잘해주고 있다면 팁을 준다는 분들도 있다. 그렇더라도, 아이패드로 내는 저런식의 팁이 그 사람에게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또 다른 사례로, 단체 손님이 오면 묻지도 않고 팁을 15~25%를 포함하여 계산하는 레스토랑들이 있다. 계산서에 팁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아서, 무의식적으로 이중으로 팁을 지불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러명이 식사한 경우에는 팁을 주기전에 영수증을 꼭 확인해서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몇명을 단체로 보느냐는 각 레스토랑마다 다르다.
(단체 손님일 경우, 팁을 주기전에 영수증 확인은 필수다. Photo by Vivienviv0)
그렇더라도
고객들이 팁을 안주거나 적게줘서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길수 있다. 그렇더라도, 비지니스 오너는 고객에게 팁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강요할 것이면 차라리 그냥 가격에 포함시켜버리는 것이 옳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나오는데, 팁이 적다며 주차장까지 뒤따라 나와서 팁을 더 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Disclaimer: 위 글은 개인적 견해가 강하며, 각각의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