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eroptic.jpg 애틀랜타에도 드디어 기가 인터넷(FTTP (fiber to the premises) or FTTH (fiber to the home))이 개통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래 걸렸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가 않는다는 분들이 많다.  무선으로 하는 스마트폰이야 돈만 들여 기지국만 세우면 되니까 마음만 먹으면 300Mbps 4G든 20Gbps 5G든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유선 인터넷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땅이 광활하다보니까 기가 인터넷망 구축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기가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서는 땅속이나 전봇대에 광케이블 라인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 무선망을 구축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들고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에 가장 앞서나갔던 회사가 케이블TV회사인 Comcast 였다. 케이블TV회사가 사용하는 Coaxial cable이 전화선보다 고주파 신호를 전송하는데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컴캐스트가 3Mbps ~ 105Mbps까지의 속도로 서비스 하고 있던 반면에, AT&T는 전화선을 이용할 경우 1.5Mbps ~ 6Mbps, 중간 분배기까지 광케이블이 매설된 일부 지역에서 3 ~ 45Mbps의 속도로 서비스 했다. 


그러나, 컴캐스트나 AT&T는 유선 인터넷 서비스에서 만큼은 사실상 독점이나 마찬가지다 보니까 속도를 높이거나 가격을 낮출 의지가 전혀 없었다. 지금 이대로도 독점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뭐하러 돈들여 힘들게 유선망을 개선하냐는 논리였다. 


인터넷 요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처음 이사하고 가입하면 6~12개월 동안은 할인을 해주지만, 그 기간이 지나고나면 서비스 요금이 폭등했다. 다른 회사로 바꾸고 싶어도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컴캐스트 <-> AT&T로 변경할수 있는 일부 가입자들은 다행였지만, 대부분은 한 회사만 공급 되거나 두 회사가 들어오더라도 AT&T는 속도가 안나와 사실상 케이블TV회사 독점였다.


map.png 그러던 것이 구글이 2011년 Google Fiber라는 FTTP 기가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구글은 캔자스시티(Kansas City)에 처음으로 기가 인터넷을 시범 개통한데 이어, 애틀랜타에도 2015년 부터 광케이블 매설 작업을 시작했다.  애틀랜타 중심부를 지나다보면 공사 트럭들이 도로를 절단하면서 광케이블을 매설하는 장면을 볼수 있다. 애틀랜타에는 구글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유선 네트웍이 전무하기 때문에, 모든 도로와 모든 집에 이런 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 실로 엄청난 대 공사이다.


구글이 애틀랜타에 광케이블 매설을 시작하자 복지부동이었던 AT&T가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광케이블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기 시작했다. AT&T도 구글처럼 처음부터 라인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파이프 라인과 분배기를 활용하면 구글보다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추가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AT&T는 애틀랜타 전역에서 기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단지에 따라서는 아직 광케이블 매설이 안된 곳들도 많다. 각 집집마다 땅을파고 광케이블을 매설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니까. 구글 파이버도 애틀랜타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나머지 지역들도 계속 공사중에 있다.  (위 사진에서 상단은 AT&T 서비스 가능 지역으로 초록색이 현재 서비스 지역이고 파란색이 공사중인 지역. 하단은 구글 파이버 서비스 지역으로 파란색이 현재 서비스 지역이고 보라색이 공사중인 지역. 2016년 초 기준).


아래 사진은 도시간 광케이블을 매설해나가는 장면이다.  광활한 평야를 관통하여 광케이블을 매설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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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트랙터로 땅을 절개하면서 동시에 내부가 빈 호스를 매설하고 흙을 다시 덮어 나간다. 매설이 끝나고나서 나중에 이 빈 호스에 광 케이블을 밀어넣는다.   


도심지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매설하는데, 대신에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절개해야 하고, 땅속에 유틸리티 라인(수도, 개스, 전기)들이 있어 작업이 더디고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 다행인 것은 기가 인터넷용 광케이블 설치가 숙원사업이어서 주정부와 시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사에 행정적인 걸림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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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단지에서는 도로 절개보다는 잔디밭 쪽으로 라인을 매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군데군데 구덩이를 파고 각 구덩이 사이는 지하로 관통하는 구멍을 뚫고 연결한다.  따라서, 드라이브웨이나 사이드웍을 절개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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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분배함에서 각 가정까지는 하나하나 별도의 라인을 매설해야 하는데, 개스나 수도관 등이 있는 부분은 손으로 땅을 파고, 유틸리티가 없는 잔디밭은 지하로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매설한다. 각 가정마다 이 공사를 하나하나 해야하기 때문에 광케이블 설치 작업이 절대 쉬운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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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각 가정으로 공급되는 케이블 단면이다. 굵어 보이지만 광케이블은 중앙의 흰 섬유질 같은것 중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두세가닥 뿐이고, 나머지 사진에 보이는 흰색섬유와 노란색 섬유, 양 옆의 흰색 튜브와 검정색 피복은 모두 보호재이다. 한쪽 끝에서 빛을 쏘면 전반사(Total Reflection) 원리에 의해 빛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느다란 유리관을 타고 수십km까지 전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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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Marguerite Reardon/CNET)


위 사진은 지역마다 하나씩 있는 분배함이다. 이곳까지는 광케이블이 다발로 들어오고, 이곳에서 각 가정까지는 한가닥씩의 광케이블로 연결된다. 각 가정의 단자함까지 들어온 광케이블은, 그곳에서 구리선 LAN 케이블 신호로 변환된다. 구리선 LAN 케이블을 거쳐 집 내부로 들어온 신호는 다시 공유기/모뎀를 통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연결된다. 참고로, 구리선 LAN케이블도 100m 거리 이내에서는 1~10Gbps까지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 내부에서는 구리선을 사용해도 된다 (CAT6 이상 규격 케이블).


아래는 기가 인터넷의 실제 속도테스트 사진이다. 기존의 다른 초고속 유선 인터넷 서비스와는 다르게 다운로드와 업로드 속도가 대칭인 것이 특징이다.  업로드가 많은 분들의 경우 기존 서비스와 비교하여 체감 속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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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OS X 10.11 with AT&T GigaPower service, Speed test from Johns Creek to AT&T Server in Tucker, GA)


1Gbps 속도의 인터넷이더라도, 모뎀/라우터에서 점보프레임 패킷을 설정하면 99%, 설정하지 않으면 94%가 이론상 최대 효율이기 때문에 위 수치는 이론상 최대치(940Mbps)에 근접한다. 광케이블의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수 있다. 점보프레임(Jumbo Frame)이란 MTU(Maximum Trasmission Unit)값을 늘려 소프트웨어 적인 전송 한계치를 높이는 방법인데, 집안에 한대라도 점보프레임을 지원하지 않는 기기가 있으면 연결이 안될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사용이 힘들다. 


점보프레임을 조금 쉽게 풀어 설명하면, 애틀랜타에서 400명이 플로리다 콘도로 여행갈때 100대의 승용차로 이동할지(No Jumbo Frame), 10대의 버스로 이동할지(Jumbo Frame)와 같은 개념이다. 당연히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효율이 더 좋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이동시킬때도 얼마 크기로 잘게 쪼개서 보낼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는 1.5KB 단위로 쪼개서 보내지만, 점보프레임을 사용하면 9KB 같이 더 큰 단위로도 보낼수 있다. 요즘 추세(멀티미디어 환경)로 보면 크게 보내는 것이 좋기는 한데, 과거 기기들과의 호환성 때문에 쉽게 사용할수는 없는 방법이다.